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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특징은 도자기 유약에 생기는 가느다란 균열인 '빙렬(氷裂)'. 그의 달항아리 그림에서는 뚜렷하고 선명하다. 그림 속 달항아리 표면은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처럼 잔금이 자글자글하다.
그는 "먼저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달항아리의 기억을 품어 내기 위해 동양화 물감, 돌가루, 젯소(물감을 잘 입히기 위한 바탕자료) 3가지를 혼합해 바른 후 물감을 수십 겹(30~40회) 올려 달항아리 형상을 만든다. 마르면 동양화 물감으로 얼룩도 만들고 크랙도 그려 넣어 갖가지 세월의 흔적을 새겨넣는다"고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달항아리 표면은 마치 하늘에 달과 별이 알알이 박힌 것처럼 신비스러움을 주는 마력이 있다. 작가는 달항아리가 갖는 입체성을 평면으로 표현했지만, 입체성에서 보여주는 모나지 않고 넉넉하며 부드러운 곡선의 편안함을 평면 회화에서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더불어 세월의 흔적을 새겨 넣어서 그런지, 농익은 기품과 격도 풍긴다. 수없는 붓의 터치에 입체감도 살짝 살아있다. 부정형이 상징하는 무심한 아름다움이야말로 형언할 수 없는 우아한 멋이다.
최근 달항아리에 관심을 두는 작가들이 많아졌다. 김환기, 도상봉, 강익중 그리고 최영욱까지. 표현도 다양하다. 대체, 달항아리가 주는 매력이 뭐기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모나지 않고 넉넉하면서 부드러운 곡선이 주는 진한 여운. 빌 게이츠를 반하게 한 달항아리가 내뿜는 묘한 미학적 울림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지. ▶최영욱 '달을 품다' 전=29일까지 롯데백화점 광복점 아쿠아몰 10층 롯데갤러리. 051-678-2610. 정달식 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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